3학년 3반 남학생의 호작질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이런 남자가 남편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서,
내 입장에서 나름 성실하게 답변을 해 보았다.

월급은 그리 많지 않아도
너무 늦지 않게 퇴근할수 있는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월급? 많지 않다.. 대신, 부수입은 조금 있는 편이다.
    퇴근? 훗.. 그런거 모른다. 회사에 내 침실 있다. -_-;


퇴근길에 동네 수퍼에서 우연히 마주쳐
" 어~" 하고 서로 웃으며
저녁꺼리와 수박 한통을 사들고
집까지 손잡고 걸어갈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낮에 머한다고 내가 퇴근할 무렵에 장을 볼려고 그러냐?
     카고 퇴근길에 동네 수퍼에서 우연히 마주칠 일 없다.
     차타고 바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니까, 슈퍼쪽으로는 갈 일 없다.
     장은 왠만하면 혼자 봐라. 그게 더 빠르다. 충동구매의 위험도 적어지고...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그날 있었던 열받은 일이나 신나는 일
오늘 저녁엔 뭘 해 먹을지와 같이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말하고
들을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어쩌다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새벽 2시니까..
    저녁은 이미 먹었으며, 그 시간엔 바로 자야한다. -_-;
    그리고 저녁 찬거리를 미리 사 놨으면, 메뉴는 결정된거 아니냐?
    저녁 찬거리를 사고 나서 메뉴를 결정하자니, 무슨 심보냐?

그렇게 들어와 후다닥 옷만 갈아 입고
쌀을 씻고 양파를 까는 내 옆에서
아침에 쌓아둔 그릇들을 설거지 하면서
" 맛있겠다." 해가며 찌개 간도 보는
싱거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밖에서 돌아오면 씻어야지, 씻지도 않고 저녁 하냐? -_-;
   그리고 설거지는 식기 세쳑기가 알아서 할 것이다.


다 먹고나선 둘 다 퍼져서 서로 설거지를 미루며
오늘은 왜 니가 설거지를 해야 하는지 서로 따지다가
결판이 안나 가위바위보로 정할때
가끔은 일부러, 그러나 내가 모르게 져주는
너그러운 남자였으면 좋겠다.
-> 식기세척기... 그냥 내가 돌리께. 그것도 귀찮냐? -_-;
    그리고, 내가 신이냐? 타짜냐? -_-;;; 무슨 재주로 가위바위보를 일부러, 그것도 너 모르게 져 주냐. -_-;;


주말 저녁이면 늦게까지 티브이 채널 싸움을 하다가...
오밤중에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약간은 서늘한 밤바람을
맞으며 같이 비디오 빌리러 가다가,
포장마차를 발견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가
떡볶이에 오뎅국물을 후룩후룩 "
"너 더 먹어"" ""나 배불러"" 해가며
게걸스레 먹고나서는 비디오 빌리러 나온 것도 잊어버린 채,
도로 집으로 들어가는...
가끔은 나처럼 단순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난 TV 안 본다. 너 혼자 봐라. 비디오? 없다.. ㅠㅠ
    그리고 난 가끔 단순한게 아니라 항상 단순하다. -_-;


어떤 땐 귀찮을 정도로 부지런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일요일 아침...
밀린 잠을 자려는 나를 억지로 깨워
눈도 안 떠지는 나를 이끌고 공원으로 조깅하러 가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조깅? 할 시간 없다. 일요일에 출근 한다.
    그라고, 일요일은 원래 밀린 잠 자라고 있는 날이다.
    잠 안자고 조깅은 뭐하러 하냐? 올림픽 나가게?
 
오는 길에 베스킨 라빈스에 들러
" 피스타치오 아몬드 " 와 " 체리 쥬빌레 "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두 개 사들고
" 뭐 먹을래? "
묻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그게 뭔지도 모른다 ㅠㅠ

약간은 구식이고 촌스러워도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어머님의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 울 모친... 나름 신식이며 세련됐고, 상당히 신경질 적이다.
    아마 갱년기 때문인 듯.. -_-;
    근데,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울 엄마까지 너의 희망사항에 넣는다는 거는 좀 심하지 않나?


가끔 친정 엄마한테 하듯
농담도 하고 장난쳐도 버릇없다 안 하시고
당신 아들 때문에 속상해 흉을 보면
" 걔가 어릴때 부터 그런 면이 있었으니 네가 이해하렴 " 하시며
맞장구 치며 내 편을 들어 주시는
그런 시원 시원한 어머니를 가진 사람
피붙이 같이 느껴져 내가 살갑게 정 붙일수 있는
그런 어머니를 가진 사람.
-> 니 편을 든다기 보다, 내 욕 하시는 걸 좋아하시긴 하다.
    근데, 그런 시어머니한테 니가 정 붙일 수 있을려나 모르겠다. -_-;
    그리고, 어차피 분가해서 살 껀데, 시어머니의 조건도 그렇게 중요하냐?

나 처럼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의견을 끝까지 참고 들어주는
인내심 많은 아빠가 될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어른이 보기엔 분명 잘못된 행동이어도
미리 단정지어 말하기 보다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줄수 있는 사람.
-> 아이? 정말 싫다. 시끄럽고, 말 안 듣고...
    결정적으로 나 닮은(외면적으로나, 내면적으로나) 애가 나올까봐 정말 겁난다. -_-;;


가끔은 약한 모습도 보이는 그런 사람이었음 좋겠다.
아이들이 잠든 새벽, 아내와 둘이 동네 포장마차에서
꼼장어에 소주 한잔 따라 놓고
아직껏 품고 있는 자신의 꿈 얘기라든지
그리움 담긴 어릴적 이야기 라든지
수 년을 같이 살면서도 몰랐던
저 깊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이젠 눈가에 주름잡힌 아내와 두런두런 나누는
그런 소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나.. 꼼장어 못 먹는다. -_-;; 그리고 품고 있는거 없다. 다 까발리는 성격이다.. -_-;;
    그 나이까지 살면서 비밀 만들고 사는 남편.. 진짜 원하냐?
    자식 한 고등학교 2학년 즈음에.. 포장마차에서 꼼장어에 소주 한잔 따라 놓고
    '나, 20살 짜리 여자애랑 바람났어..' 라던가.. '나.. 몇년전에 친구한테 보증 서 줬는데, 요즘 연락 안되네.'
    이런 말을 눈가에 주름잡힌 너와 두런두런 나누길 바라냐?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을 던져 버리지 않는
고지식한 사람이었음 좋겠다.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지켜나가는 사람.
술 자리가 이어지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할줄 아는 사람.
-> 고지식하지 않고 아집과 고집에 똘똘 뭉친 꽉 막힌 사람이 바로 나다. -_-;
    근데, 고지식한 사람이랑 평생 말싸움 한번도 안할 자신있냐? 은근히 피곤하데이..


내가 그의 아내임을 의식하며 살 듯
그도 나의 남편임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사는 사람
내가 정말 사랑하지 않을수 없을것 같은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이런 나를 사랑할 수 있겠냐?

내 답이 이상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주 현실적이지 않은가?
거짓말을 조금 더 보태어, 대부분의 남자들이 나와 같은 생각일꺼라 생각한다.

하긴.. 남자들도 저런 글 비스무리한 거 써 놓은 걸 본적이 있는데...
결국, 남자든 여자든 말도 안되는 (비현실적인) 상대를 평생의 반려자로 생각하는 건 똑같구먼.. ㅎㅎㅎ
2008/12/04 02:10 2008/12/04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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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D R
    ㅋㅋㅋㅋ 진짜
  2. M/D R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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